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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침묵하는 다수

by 4christ 2022. 10. 3.

사마자키 칸의 책을 읽고 있다. 그는 와세다 대학교에서 인간과학 연구학으로 석박사를 하고 문부과학성 소속  방재과학기술연구소에서 시무하는 과학자다. 

 

책을 읽으면서 그간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행동이 은혜였다는 생각을 한다. 

 

목회자는 회의를 리드하는 경우가 많다. 자주 리더십들과 사역에 대해서 논의하고 방향을 정해야 한다.

 

나는 소수의 목소리 크고 의견이 강한 사람이 회의 전체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을 꺼려왔다. 다수 참여 분위기를 모두가 기분 나쁘지 않게 조율하는게 리더의 책임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팔로워의 위치에 있을때는 대부분 침묵하거나 애지간하게 이상하지 않으면 따라주는 성향이라, 분명 그룹내에도 그런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많이 집중하는 편이다. 

 

때로는 조용한 다수의 의견이 목소리 큰 연장자의 목소리와 다르거나 더 정확할수도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쓴다.

 

주의하지 않으면, 목소리 큰 장님이 코끼리는 움직이지 않으며 기둥 같은 것이다 라는 말만 듣고 우르르 사다리를 놓다가, 끼리형님의 상아에 궁디를 찍히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나중에 회의가 끝나고 집행을 한 뒤, 우리가 왜 이런 이상한 결정을 한 거지? 생각을 하는 경우 십중팔구 한두명의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을 통제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마치 집단 최면에 걸린 듯하다.  

 

회의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사람은 각자 가진 강점이 다르고 자라온 배경이 달라서 서로가 못 보는 맹점을 채워주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더더욱 시간이 허락한다면 모두의 의견을 다 들어보고 종합하는게 경험적으로 결과가 좋았고, 그래서 그렇게 늘 회의를 진행해 왔다. 상황이 안되면 따로 전화를 해서 전체 의견을 종합한 적도 있었다.   

 

칸은 대다수의 그룹에는 소수의 극단적 낙천성을 가진 이들과 소수의 극단적 걱정형 사람들이 존재하며, 나머지는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견은 이 소수의 극단형 집단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런 집단의 다이나믹을 고려하지 않은 논의가 어떤 리스크를 유발하는지 설명한다. 

 

“나이가 많거나 목소리가 크면 구성원의 걱정은 더욱 빨리 가속화된다. 설령 무리 안에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안전하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전체 분위기가 그런 방향으로 흐르면 그 자리의 분위기나 구성원의 화합을 깰까 걱정스러워 무섭지 않다는 말을 하기 어렵다.”

 

“집단일 때는 이야기가 극단적으로 흘러가기 쉬우니 늘 주의해야 한다. 즉 ‘살짝 걱정스러운 개인’들이 같이 모여 이야기하다 보면 걱정이 확신으로 굳혀지기 쉽다. 이것을 ‘집단 극화 group polarization’라고 한다. . . . 기업의 경영 회의나 국가의 의사 결정 자리에서도 집단 극화가 일어나는 것이 문제다.” 

 

그는 “우물가 쑥떡 공론이 걱정을 가속한다”라고 요약한다. 목회뿐만 아니라, 어떤 집단이 모여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니 이점을 주의하는 것이 필요한 듯하다.

 

한 개인은 의외로 다수의 의견에 휘둘리며, 목소리가 크고 강한 소수의 의견이 다수로 해석되는 경우가 다분하다. (남들의 침묵을 동의로 해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고 분위기와 감정에 휘둘리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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