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올린 적이 있는데 나는 이말년, 주호민 팬이다. 불면증 탓에 잠들기 좋은 영상을 찾다 “침착맨 박물관” 채널을 접하고는 금세 팬이 되었다. 영양가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 푸근해지는 수다가 기본 너덧 시간씩 이어져 있어서 듣다 잠들기 좋다.
이쪽에도 퍽 규모있는 세계관이 펼쳐져 있는데, 그중 침펄풍이나, 침펄 조합을 사랑한다. 명절날 사촌들이랑 내복 입고 놀다 스르르 잠드는 편안한 기분이 든다. 학자나 목사님들에게 팬심을 가져 본 적은 있으나 연관 없는 유명인들을 이렇게 애정 한 적이 있나 싶다.
한량이들같이 모여서 수다 떠는 게 전부인데 사람들이 선을 넘지 않고 경우가 있어 좋다. 가벼운 듯 하지만 의외로 철학들이 있고 무엇보다 허세가 없어 보기 편하다. 20-30대 젊은 남자가 부리는 이상한 객기나, 자존심, 허영, 뒤틀림 같은 게 없다. 담백하다. 보기보다 좋은 아빠들인 것 같기도 하다. 한없이 가볍고 유치한데 동시에 이상하게 어른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최근에 주호민 강도 기사를 보고 더 팬이 될듯 하다. 5개월 전 가족들이 있는 자택으로 6억 돈을 요구하는 강도를 대면했다고 한다. 흉기로 위협을 가해서 손에 상해를 입은 상태였지만 차분히 상대를 설득해서 대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대화를 하는 중 아내분께서 경찰에 신고해서 사건이 일단락되었지만 한 개인과 가족에게는 큰 트라우마일 사건이었다.
범인은 자식이 아파 수술을 해야하기 때문에 당장 목돈이 필요하다고 했다는데, 주호민 씨 말로는 액수만 적었다면 도와줄 의향이었다고 했다. 실제 6억이라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줄 수 없다 말할 수밖에 없었노라 소회 했다.
범인의 이야기는 대부분 거짓이었지만 주호민은 그 집에 아이가 있는 것은 맞고 이 사건으로 인해 풍비박산 날 가정이 걱정되어 합의해 주었다. 오히려 그 집 아비보다 더 아이를 생각해주는 마음씨다.
더 멋있는 건 그 와중에도 차분하게 추후 방송들을 소화했고, 자기가 한 일이나 사건에 대해서 미디어 어디에도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다. 이 정도면 열에 아홉 남자는 무용담을 늘어놓거나 사건을 떠벌리기 마련이다. 뭔가 모든 행동의 결이 어른답다.
부인에게도 나이스 하고, 자폐아 아버지로서 남몰래 고민도 많아 보여 주호민을 늘 응원했는데. 생각보다 더 멋진 사람 같다.
남자가 어른이 될 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겨 자기 중심성에서 조금 멀어져, 사리분별이 명확해지고, 인격의 그릇이 넓어졌을 때가 아닌가 싶다. 요즘은 생각이 깊고, 원칙과 소신에 맞춰 삶을 살아가는 배 나온 4-50대 아저씨들이 멋있다.
외모는 후져질지언정, 진짜 어른이 내는 향기는 사람을 끈다. 이런 사람에게 끈질기게 소인배 프레임을 씌우는 침착 맨도 상당히 킹 받는다.
주호민 씨. 째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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