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간 강박성향이 있어서 모든 완벽하게 하고 싶다. 제대로가 아니면 확실히 준비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는다를 모토로, 이를 나름의 자랑처럼 여기며 살아왔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특히, 여러 책을 읽으면서 그게 반드시 지혜는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어느 시점부터는 성장형 인간, 최적주의자형 인간으로 바뀌고 있다.
케롤 드웩의 책 그리고 스탠퍼드 대학교수 존 크럼볼츠, 라이언 바비노가 쓴 “Fail fast fail often”이 중요한 변곡점이었던 것 같다. (찾아보니 한글 번역서는 “빠르게 실패하기”라고 나와 있다)
오늘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책을 다시 훑어보면서 이상한 즐거움과 홀가분함이 든다. 거봐 그렇게 빡빡하게 안 살아도 되잖아. 오히려 장점도 있잖아. 다시 격려해주는 것 같다.
실리콘밸리의 모토가 fail forward라고 하지 않던가, 수많은 실력자들, 자신의 업적을 이룬 그들은 왠지 모르게 실수 없는 성공의 사다리를 올려온 것 같지만 사실은 다수가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 빠르게 개선하는 방법을 택한다.
머리로 백날 굴리고 준비해도, 부딛히면 예상 못한 일들은 반드시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것을 빨리 발견해 개선점을 찾아 상황을 선점하는 사람이 누구보다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 실패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자신의 자존심과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늘 뉴비의 자세로 계속 배우고, 호기심을 가지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넘어지면 쓱 털고 일어나서 ㅇㅋ 그럼 이렇게, ㅇㅋ 그럼 저렇게. 그러면서 완벽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너저분하다. 먼지를 뒤집어 쓰고 창피함을 넘길 각오가 되어 있으면, 그 분야가 무엇이건 그 사람은 발전하는 것 같다.
공부좀 했다고 경험 좀 있다고 신학이란 말이야, 목회란 말이야, 경제란 말이야, 재테크란 말이야, 인문학이란 말이야, 사회생활이란 말이야 라며 자신의 상아탑에 들어앉아 틀에 박혀있는 사람보다는 오늘은 뭔가 새로 배울 게 없을까 눈을 반짝거리면서 청춘의 정신을 또 모험가의 설렘을 유지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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