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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성공하고 유명해져서 뭐하려고?

by 4christ 2021. 4. 7.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순간마다, 사회가 개인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존재한다. 그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 전문가, 선생님, 부모, 친구, 미디어, 예술, 철학과 같은 것들을 통해 말, 글, 행동, 상징, 심상, 시각매체 등으로 전해진다. 그 모습이 어떠하든 사회를 움직이는 키워드는 존재한다.

 

지금 이 사회의 가장 큰 화두, 키워드는 성공일 것이다. 연예인, 유투버, 기업가 같은 직업이 소방공무원, 선생님, 사회복지사 같은 직종보다 더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이 사회가 정의하는 성공을 성취하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가 정의한 바운더리 안에서의 이 성공은 하나의 패키지다. 전 인생을 바쳐, 대체 불가한 큰 수요가 있는 인물이 되면 성공이 주어지는데. 그 성공이라는 패키지 안에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영애,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있다.

 

이 사회가 특히 미디어에서 투영하는 메시지는 인생을 갈아 넣어 이 성공이라는 것을 쟁취하기만 하면 근심 걱정에서 해소되며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약속한다. 돈과 인기가 모든 위험과 어려움 우울과 허무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거라 약속한다. 그 메시지는 계속해서 형태를 바꿔가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의식을 장악하기 때문에, 흘러들어오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방치하면 그 키워드는 금세 내 것이 된다.

 

하지만 정말 사실인가.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공의 척도인 소득과 행복이 정비례하지 않음은 이미 많은 이들이 인용했던 2010년 프린스턴 대학교 연구로 증명이 되었다. (연간 소득 $75,000불이 한도다 그다음은 아무리 더 많은 돈을 벌어도 행복도는 유사하다) 다른 관점에서도 돈과, 인기 그리고 성공은 임시적인 자극일 뿐이다.

 

인간은 Habituation이라는 것에 묶여있다. 생리적 특성이다. 아무리 강한 보상과 자극도 그것이 지속되면 동일한 강도의 자극으로는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없다. 매번 새로운 것 같이 인간이 모든 자극에 반응하면, 탈진하거나 죽을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극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이 사실 하나 만으로도 그 어떤 성공도 평생 유지되는 만족을 줄 수 없다.

 

의심이 든다면 지금 나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아직 발전하고 성취해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돈도 더 벌어야 하고, 내 영역에 더 많은 성취도 이뤄야 하고, 무언가 족적을 남겨 야 할 것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구 전체 비율로 보았을 때 약 상위 5%의 재력과 성공을 가진 이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워싱턴 포스트의 아나 스완슨의 "You might be among the world’s richest people and not realize it" 아티클에 의하면 연간 6만 불대의 소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 상위 10% 부자에 속한다고 한다. 분명 일반적인 기준에서 상위 10% 정도면 그 영역이 무엇이건 성공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을 살면서 오히려 연소득 6만 불로는 숨만 쉬고 사는 거라며 푸념하는 이들을 더 많이 만나봤다. 상위 10%인데.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부자가 되어도 똑같다. 성공을 해도 똑같다. 지금의 나처럼 비교 대상이 바뀐다. 내 눈에는 새로운 기준점이 생긴다. 게다가 내가 성취한 돈, 명예, 성공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만큼 자극적이지 않다. 지금의 내가 상위 10% 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피라미드의 정점을 찍어도 똑같다. 그들도 동일한 인간이다. 성공한다고 갑자기 인간이 초인간으로 변하지 않는다.

 

조금만 뒤져봐도, 돈과, 명예, 인기, 그리고 성공을 가득 안고서도 힘없이 사고와 병으로 죽거나, 자살하거나 평생의 불행함을 토로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많다. 모두가 그렇지 않더라 치더라도, 꽤 많은 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성공이 막연히 믿고 있던 완벽한 솔루션은 아니라는 것 정도까지는 믿어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세상은 복잡계이기 때문에, 추측한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늘. 반드시. 변수가 있다. 유한하고 불안정한 가치들을 붙잡고 있으면 그에 따르는 불안감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내가 붙잡고 있는 성공이, 돈이, 인기가 언제 사라질지는 아무도 추측하지 못한다. 그래서 유명인들은 인기가 떨어질까 봐 불안하다, 나보다 뛰어난 성취를 이루며 쫓아오는 경쟁자들이 두렵다, 돈은 모으고 모아도 완벽한 통제력을 주지 못한다. 성공이라는 선물 세트를 수십 박스 쌓아 놓고 있지만 불안은 사라 지지 않는다. 주변에서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디에 속 시원하게 고민을 말하지도 못한다.

 

가끔은 이 사회가 맹인이 맹인을 낭떠러지로 안내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 같이 잘못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체 다같이 낭떠러지로 서로를 열심히 이끌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부 그 길을 가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 아마도 맞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뿐이다. 안타깝지만 최소한 세상이 주장하는 그 성공에는 파랑새는 없다. 아무리 이 사회가 큰소리로 이쪽이 길이라고 소리쳐도, 낭떠러지는 낭떠러지다.

 

이 사실을 굳이 노년까지 전부 경험해 보고 깨달을지, 미리 알고 방향을 돌릴지는 자신의 자유다. 백번 양보해서 세상 기준으로 대단히 훌륭해지고 성공했다고 치자. So what. 어차피 죽으면 제로 셋이다. 그리고, 인생은 생각보다 빠르게 날아간다. 금세 모든 것을 두고 죽음을 맞이할 때가 올 것이다.

 

아무리 봐도 어느 것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이 허상. 도대체 이 별것도 아닌 것을 위해 왜들 이리도 정신없이 내달리는가? 유명해져서 훌륭해져서 성공해서 뭐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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