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몇 가지의 단면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인간의 뇌는 불확실함을 싫어해서 세상에 정의를 내림으로 얻는 확실함 혹은 안정감을 원한다. 무엇보다 주변 상황과 사람들에 대한 빠른 판단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본능에 충실하다 보면 충분한 정보 없이 상대를 규정하기 쉽다.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야."
이러한 행동이 단기생존에 유리할지는 모르겠으나, 누군가를 단면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때때로 큰 오류를 낳는다. 이러한 오류들 때문에 미국 속담에도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겉모습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와 같은 속담이 생겼을 것이다. (인간은 참으로 조급하고 인내심이 없다)
사실 사람을 제가 들었거나 경험한 몇 가지 정보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먼저 나 자신이라는 변수다. 그날 기분상태,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 세계관의 프레임, 내가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쌓인 인상들, 때로는 당일 신체적 컨디션이나, 만남 직전에 겪었던 무작위의 경험까지도 내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우스갯소리로, 상대가 내가 싫어했던 누군가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상대를 향한 내 판단은 충분히 왜곡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상대방이라는 변수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사람은 여러 상황에 놓이고 그 상황에 따라서 다른 모습을 보일수 있다. 동일한 한 남자라도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자녀로서, 직장동료로서, 동호회 회원으로서, 손자로서의 모습이 모두 다르다. 또 그들도 경우에 따라 자신이 약점이 드러나는 상황이거나, 전날 가정에 큰 불화가 있었거나, 인생에서 가장 분주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거나 하는 여러 외부, 심리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나"라는 모습이 단기간 달라질 수 있다.
평생을 친절하고 다정하게 살아왔던 한 사람의 인생을 그가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중에 보았다면 그 "단면"만으로는 그 사람은 말이 없고 무뚝뚝한 사람일 수 있다. 사실은 모질고 못된 사람이지만, 최근 평생의 과업을 이룬 상태에서 알게 된 그는 아주 밝고 긍정적인 좋은 사람일 수 있다. 이런 단기의 경우뿐 아니라 때로는 꽤 오래 보았던 상대의 모습마저도 진짜 그의 모습이 아닐 수 있다. 만일 수년간 슬럼프를 겪어 극심한 자괴감과 우울감을 겪다가 회복된 사람이 있다면, 그 잠간의 순간 외에 그의 나머지 일생에서 그가 보인 모습이 자존감이 높고 퍽 긍정적인 사람이었다면. 그 몇 년의 슬럼프의 기간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내가 퍽 오랜 시간 경험했던 그라는 사람도 어쩌면 큰 그림에서는 아주 단편적인 그의 모습이었을 수 있다.
결국 사람을 정말 오래 두고 보지 않는 이상 판단은 보류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길이다. 내가 직접 경험한 사람에 대한 판단도 이토록 변수와 오류가 많은데, 단순하게 내 지인이 전해주는 주관적인 단편으로 상대에게 프래임을 씌우는 것은 더더욱 위태로운 일이다. 떄로는 상당히 폭력적인 게으름일 수 있다. 영어에는 "Give someone the benefit of the doubt" 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에게서 미심쩍은 모습을 발견하더라도, 좋은 쪽으로 해석하자. 기회를 한번 더 주자.라는 말이다.
상대를 향해 조급하게 낙인을 찍으려 들지말고,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 주는 자세가 상대와 나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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