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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및 대학원

출처는? 근거는?

by 4christ 2022. 9. 24.

온라인상에는 정보가 넘쳐난다. 2022년 기준 유튜브에는 약 8억 개 이상의 비디오가 있고, 세상에는 최소 10억 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존재한다. 웹 페이지가 아니다. 웹사이트만 10억 개라는 말인데, 웹사이트들이 포괄하고 있는 모든 정보들과 그밖에 개인 블로그나 사적인 온라인 공간들까지 전부 포함하면, 정보 포화상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는 긴 시간을 온라인상에서 보낸다. 하루 평균 핸드폰 사용시간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인 평균 5.4시간, 중국 6시간, 한국 4.4시간이 된다. 통계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통합적으로 대략 5-6시간 매일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이는 노트북 사용시간을 제외한 것이니, 아마 틈틈이 노트북으로 확인하는 정보들까지 합친다면 대략 수면, 일, 세면, 이동, 식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해도 무방하겠다. 

 

문제는 온라인상에 잘못된 정보들이 그럴듯하게 자신을 뽐내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팔로워가 많으면, 조회수가 많으면, 영상이나 웹사이트가 세련되고 심미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으면 맞겠거니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출처는? 근거는? 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영상과 온라인 글들을 접하면, 생각보다 출처나 근거가 빈약한 것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가끔 궁금한 게 있으면 습관적으로 나무 위키나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는 이들이 있다. 물론 집단 지성의 힘이 대단해서, 엄청나게 자세하고 방대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운이 좋다면 대부분 맞을 수도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누군가가 틀린 정보로 잘난 척하는 꼴을 못 보는 게 인간인지라, 서로 약간의 감시감독이 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글을 추가할 수 있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넣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틀린 내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예전에 한 여행 유투버가 나무 위키 읽고 여행을 갔다가 큰 창피를 당했다는 말도 들어봤고, 공인들이 나무 위키에 말도 안 되는 자신의 신상이 마치 팩트인 듯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혀를 차는 모습도 종종 접했다. 

 

꼭 위키피디아나 나무 위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꽤 권위 있어 보이는 온라인 의학 사이트에서 보고 접한 글도, 실제 전문의들을 만나 물어보면 엉터리인 정보들이거나, 편향된 정보인 경우가 수두룩 하다. 

 

북미에는 소정의 돈을 받고 전문적인 의료 답변을 해주는 외국 웹사이트도 있다. 의사 사진과 이름, 담당 영역까지 띄워놓고 하는 웹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틀린 정보들이 많다. 이는 내가 개인적으로 병원을 다니면서 접했기도 했고, 의료통역을 하면서도 수백, 수천번 겪은 일이다. 의사들이 상당히 골머리를 앓는다. 환자들이 오히려 온라인보다 의사 말을 의심한다. 어디서 정체모를 논문 하나 읽고 와서 의사와 논쟁을 벌이는 이도 있다. 제발 온라인상의 정보를 들여다 보지 말라는 의사들의 조언을 수백 번 통역했다.   

 

학술 저널이라고 다 같은 권위의 저널이 아니다. 좀 심하게 말해서 듣도보도 못한 출신 불명의 저널들도 많으며, 피어 리뷰가 되지 않은 저널들도 있다. 특정 회사를 지지하기 위해 편향된 연구이거나 이를 목적만으로 만든 저널들도 많다. 권위가 있고, 편향성도 적으며, 피어 리뷰까지 마친 저널이라 할지라도, 연구 집단 표본이나 연구가 지닌 한계 같은 것들에 따라서, 아직은 따르기는 조심스러운 연구결과들도 많다. 또한 최신이며 권위 있는 학술저널의 연구들은 안타깝지만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로 온라인상을 돌아다니지 않는다. 한편을 읽는데 수십에서 수백 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냥 권위 있는 누군가가 썼다고 다 믿어서도 안 된다. 박사논문이 괴로운 이유가 전문가들이 내 글의 근거와 출처를 집착적으로 물고 늘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피어 리뷰와 같은 개념이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순간 담당 슈퍼파이저 교수님과 부담당 슈퍼바이저 교수님 둘이 붙는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박사 초기부터 자신이 쓸 논문의 주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일 것인데, 이런 학생들은 코스워크 과정 중에 관련 주제로 여러 소논문을 써가면서 교수님 두 분과 주변 동료 박사생들에게 대단히 부담스러운 크리틱을 받는다. 예전에 쓴 적도 있지만, 나는 이거 인종차별 아니야? 싶을 정도로 무섭게 공격을 받았었다. 수년의 검증 과정을 거쳐서 박사논문 쓰기가 시작되어도, 추가 검증은 다시 시작된다. 논문을 쓰는 1-2년의 시간 동안, 거짓말 안 보태고 수백 번씩 담당 교수님들의 태클과 검증을 받았다. 논문 후반부에 가면 교수님께서는 몇 페이지에 뭐가 있는지 까지 기억하실 정도가 되니. 얼마나 지긋지긋하게 검사를 받는지 모른다. 교수님 떙큐배리 감사.

 

그럼에도 논문 디펜스를 앞두고는 3명의 담당 교수에게 완성된 논문을 제공해서 또 한 달간 검토하도록 하고, 시비 거리를 한가득 가지고 디펜스장에서 만나게 한다. 나 같은 햇병아리 학자가, 잔뼈 굵은 그 영역 최종 보스 3분이 의문을 제기하실 때 만족할 만한 합리적인 답변을 내놓는 것으로 모든 눈물의 과정은 마무리된다.

 

박사들이 이런 쫌생이 같아 보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미쳤다고 수천 개의 각주를 달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이유는. 객관적이고 근거 있는 팩트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온라인상에 둥둥 떠다니는 수많은 자료들은, 이러한 노력을 건너뛰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어느 정도 맞는 정보가 제일 위험하다. 아예 헛소리면 모두가 거를 것이지만, 적당히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으면, 믿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단도 “다를 이” “끝단”이다. 끝만 살짝 다른데도 정통과 이단으로 구분된다. 무엇을 시청하건 무엇을 읽건 늘 마지막에 근거는? 출처는? 이라고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고 혹여나 고개를 끄덕였다면. 혹시 이 글도 아무런 출처와 실질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는가 묻고 싶다. 혹시 어련히 박사까지 한 사람이 팩트만 전하지 않았겠는가 어림잡지는 않았는가.

 

의도적으로 출처를 숨겼을 뿐 다행히 팩트체크는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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