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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및 대학원

D-1

by 4christ 2021. 9. 23.

 

디팬스 24시간 전이다. 오늘 아침 이민 왔던 고1 때가 생각났다. 살라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숙제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잘하고 있다는 건지 문제가 있다는 건지. 매일 아침 집 앞으로 안개를 뚫고 노란 스쿨버스가 시야에 보이면 늘 배가 아팠다. 학교 유일한 동양인으로 미소와 벙어리로 산 초기 몇 년이 머리를 스친다. 점심시간 아이들이 말을 걸까 봐 운동장 곁을 걸으면서 꾸역꾸역 샌드위치를 욱여넣던 때도 떠오른다. 백인 친구들 금세 끝내고 노는 간단한 숙제를 몇 시간씩 붙잡고 있던 좌절감도 생각난다. 모든 이민자들이 그렇겠지만, 다 말할 수 없는 우여곡절 끝에 오늘에 와 있다. 각종 방해물을 뚫고 내 기준 나름의 끝점에 올라 있다. 이민 초기, 내가 영어로 교수님들과 몇 시간씩 학술적인 내용에 대해 디팬스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영어로 300페이지가 넘는 박사논문을 쓸 수 있을 거라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면 속으로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전부 은혜다. 그 은혜가 내일도 함께 할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떻든,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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