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팬스 24시간 전이다. 오늘 아침 이민 왔던 고1 때가 생각났다. 살라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숙제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잘하고 있다는 건지 문제가 있다는 건지. 매일 아침 집 앞으로 안개를 뚫고 노란 스쿨버스가 시야에 보이면 늘 배가 아팠다. 학교 유일한 동양인으로 미소와 벙어리로 산 초기 몇 년이 머리를 스친다. 점심시간 아이들이 말을 걸까 봐 운동장 곁을 걸으면서 꾸역꾸역 샌드위치를 욱여넣던 때도 떠오른다. 백인 친구들 금세 끝내고 노는 간단한 숙제를 몇 시간씩 붙잡고 있던 좌절감도 생각난다. 모든 이민자들이 그렇겠지만, 다 말할 수 없는 우여곡절 끝에 오늘에 와 있다. 각종 방해물을 뚫고 내 기준 나름의 끝점에 올라 있다. 이민 초기, 내가 영어로 교수님들과 몇 시간씩 학술적인 내용에 대해 디팬스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영어로 300페이지가 넘는 박사논문을 쓸 수 있을 거라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면 속으로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전부 은혜다. 그 은혜가 내일도 함께 할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떻든, 허허.
'공부 및 대학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지 않는 길]박사학위의 유익 (1) | 2021.10.26 |
---|---|
온라인과 지식의 평등 (0) | 2021.10.02 |
박사논문(PhD Dissertation) 디펜스 4.5일전.. (0) | 2021.09.20 |
호모 도센스 (0) | 2021.09.18 |
완벽한게 어디있어 적당히해 (0) | 2021.07.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