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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블로그와 저작권 그 복잡함

by 4christ 2021. 5. 19.

남들이 내 블로그를 보건 보지 않건 사실 그것이 내가 블로그를 개설한 주목적은 아니다. 가장 효율적인 학습법 중 하나가 내 언어로 정리된 글이나 말을 뱉어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과학적으로 충분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증명되어 있다. 고로, 상당히 이기적인 이유로 난 블로그를 시작했다. "나에게" 중요한 정보나 생각을 잘 체계화해서 머릿속에 "오래" 담고 살기 위함이니까. 나를 위해 정리된 저작물이 타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부차적인 덤까지 얻는 샘일 뿐이다. 

 

여하튼.

 

대학원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출처를 정확히 하는데 상당한 강박이 있고, 늘 출처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어있다. 블로그에서도 그 부분을 확실히 해두고 싶어 자료들을 찾아보았는데, 저작권 법.. 생각보다 복잡하다. 

 

영상, 노래, 링크, 사진, 폰트까지 적용되는 방법과 요건이 전부 다르고 조금 공부해보니 명확하게 구분 짓기에는 상당한 모오함이 있는 영역이다. 분명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흐물흐물한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창작자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무분별한 복제나 배포를 허용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단다. 저작자의 귀차니즘, 착한 마음씨 혹은 그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 따위에 따라 누가봐도 명백한 저작권 침해의 행동들이 인터넷상에서 버젓이 허용되고 있다.

 

책 인용의 경우에도, 개인의 사상이나 해석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에 걸리지 않게 된다고 하는데, 이것도 칼로 자르듯 "몇단어 이상은 금물"과 같은 정확한 규칙이 없다. 결국 저작권 침해의 여부에 관한 정답은 창작자 마음속에 있는 듯하다. 내 맘인 것이다. 법은 상당히 명확한 영역인 줄 알았건만, 큰 착오였다. 

 

학문의 영역을 벗어나 인터넷 프리덤의 영역으로 나아오면,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 할거라 신이 나 있다가 어딘가 시무룩해진다. 사실 정보 정리 글을 쓰려고 창을 켰다가 출처 부분에서 마음이 불안하여 정작 쓰고 싶은 글은 시작도 못하고 저작권 정보만 몇 시간씩 뒤져보다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 오히려 논문이 편하게 느껴지다니. 출처만 명확하면 형식에 맞춰 각주를 달고, 따옴표 안에 혹은 블록으로 자료를 인용하면 그만이니, 오히려 학문의 영역에 더 명확함과 자유가 있는 듯하다.  

 

지금 쓰는 글은 어차피 100% 고유 창작물이니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진정 내가 원하는 글을 쓰려면 결국은 자료를 인용해야 하는데, 분명 저작권법에 대한 틀은 잡아놨지만.. 이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희꾸무리한 회색지대를 바라보면서 어딘가 계속해서 불안하다.

 

사실 내가 여기서 저작권법을 몰라 그것을 설사 위반한다고 해도. 읽는 사람이 적어 하등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 박사생으로.. 예비 학자의 자존심으로. 두리뭉실하게 위법을 행하고 싶지 않다. 그것도 지적인 영역에서의 위법을. 

 

사는 게 여러모로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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