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는 유효기간이 짧다. 학사 하나. 석사 둘. 이런저런 다른 성취들. 무엇을 마치건 뿌듯하고 설레는 마음은 하루 이틀인 것을 이제는 안다. 두 번째 석사 때는 쿨하디 쿨해져, 졸업식 후에 라면을 끓여 먹고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낄낄거렸다. 더 이상 레스토랑에서 고기를 썰며 축배를 들지 않는다. 최소한 자의로는 그렇다.
갈수록 담담하다. 이렇게 기운 빠지는 소리로 잿빛 감성을 뿜어내면 어떤이는 박사는 다를 것이라고 치켜세워준다. 평생 이름 앞에 Dr. 뒤에는 박사가 붙으면서 성취가 따라다닐 거라고 나보다 더 기대하는 이도 있다.
난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 본다. 큰 프로젝트를 성공하건, 원하던 기업에 취직을 하건, 승진을 하건, 결국 전부 익숙해진다. 그래서 목표를 목표로 삼으면 허무하다. 과정을 통해 성장한 나를 목표로 삼는 게 낫다. 무언가 이루면 잠깐 즐거워하되, 과거로 묻어두고 다시 앞을 보는 것이 좋다. 사는 건 어차피 진행형이다. 중간중간 찍히는 랜드마크에 주저앉지 말자. 설사 누군가가 눈에 띄는 랜드마크를 찍어주지 않더라도. 발전하고 있으면 그것이 어떤 성취 건 된 것이며 가치가 있다. 꼭 요란한 학위와, 연봉 증가와, 승진으로만 자기 발전을 증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말 중요한것은 내가 어떤 것을 이뤄 냈느냐가 아니라, 지금도 발전을 도모하고 자라고 있느냐 라고 믿는다. 노벨상을 받은 학자 대부분은, 수상 이후에 상응하는 업적을 남기지 못한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젊은 나이에 얻은 노벨상은 학자로서의 사망선고라 한다. 안주하게 되는 것이다.
박사는 박사고 그것은 과거이며 끝났다. 나는 이제 살을 빼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당분간은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기로 다짐했다. 사역과 교수직의 청사진도 그려보리라. 언젠가는 책도 쓸날이 오겠거니 해본다. 꿈은 이루어졌을 때 보다 꿀 때 더 설렌다. 다시 설레는 법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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