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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Lifestyle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의 힘

by 4christ 2021. 12. 10.

패북 마켓플레이스의 신세계 

한 지역에서 10년 이상 살다 보면, 아무리 짐을 줄이고 정리한다고 해도 여러 가지 짐들이 생긴다. 학위를 마치고 이사를 해야 하는 시점에서 처분해야 할 짐들에 막막했다. 버리자니 아깝고 다 끼고 국경을 넘자니 비용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클게 뻔했다. 마침 먼 친척뻘 되는 삼촌분이 최근 급하게 이사를 하셔야 했는데. 패북 마켓플레이스가 효자 노릇을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물건들을 올렸는데, 그 선택이 올해 들어 가장 "mind blowing" 한 경험이 되었다. 

 

거의 열흘 남짓 되는 시간에 내가 팔고자 하는 물건의 8-90%를 팔아 버렸다. 물건의 종류도 가리지 않는듯 했다. 변기 닦는 세제부터 티비까지 하다못해 무슨 야외용 접이식 의자까지 전부 가져갔다. 솔직히 이렇게 잘 팔릴 줄도 몰랐거니와 이렇게 빨리 팔릴 줄은 더더욱 몰랐다. 사진에 약간의 정성을 들이고, 설명만 조금 신경 써서 아이템별로 한 5-10분 정도만 할애하면 된다. 들인 노력에 비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아이템에 관심을 보여왔고, 금세 물건을 받으러 찾아왔다. 내가 배송도 할 필요도 없고, 바로 집 문 앞까지 그것도 캐시를 들고 찾아와 내 중고물품들을 처리해 준다니.

 

짐도 처분하고 돈도 벌수 있는 너무 좋은 기회였다. (물론 중고 물품이기 때문에, 원가보다 훨씬 밑도는 가격으로. 최소 50% 전후로 물건을 올려야 입질이 잘 온다. 그대로 두면 버리거나 기증할 수밖에 없는물건들이기 때문에 사실 50%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다. 몇 번 하다 보면 고객들이 어느 정도 선에서 물건을 살지 감이 오기 시작한다.)

 

페이스북이 머리를 참 잘 쓴것 같다. 그 어느 SNS보다 보유 회원이 많은 자사 플랫폼의 장점을 이용해, 굉장히 편리하고 빠르게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초거대 장마당을 벌여놨다. 그 어디다 광고를 해도 이만큼 다수에게 이렇게 빠르게 내 물건을 알릴 방법은 없어 보인다. 각자가 물건을 볼 수 있는 지역 범주를 세밀하게 정할 수 있어서, 정말 옆동네 사람들이 파는 물건들을 실시간으로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좋은 플랫폼을 쓰면서 광고료가 1달러도 들지 않으니.. 소비자로서는 이만한 "WIN" 도 없는 듯하다. 

 

물건을 빠르게 팔아나가면서 몇번이고 이렇게 효율적이고 편하게 물건을 처분하고 이윤을 얻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단 모든 중고 거래가 그렇듯이 몇 가지 상식적인 선에서 조심할 필요는 있다. 

몇 가지 주의 사항

첫째, 먼저 무턱대고 전화번호를 달라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난다. 얼핏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뭐 그럴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고 번호를 내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SCAM. 주어진 전화번호를 (자세한 메커니즘은 읽어봐도 모르겠다. 구글 무슨 온라인 전화 걸기? 그런 류의 방식으로 사기를 친단다) 사용해 피해를 입힌다고 하니 조심하자. "나는 번호를 주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하면 열에 아홉은 대꾸 없이 사라진다. 애초부터 번호를 달라고 하면 그냥 무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될 수 있으면 낮에 사람이 많거나 트인 장소에서 물건을 교환하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생판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전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많기 때문에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 미국은 경찰서마다 물건을 교환하기 위한 만남의 장소가 있다. (가장 교과서적인 교환장소다. 여기서 사건이 발생한다면 아마 다른 어디에서 물건을 교환했어도 그 사건은 발생했을 것이다) 혹은 월마트나 대형마트 주차장도 좋다. CCTV가 있고 사람이 많으면서 공간이 탁 트여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장소들에서 물건을 교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우리 귀차니스트들은 집앞으로 오는걸 무척 선호한다. 집으로 오게 하려면 최소한 아파트 번호를 모르게 하거나 하우스라면 정확히 내 집 앞이 아닌 그 근처에서 만나는 것이 좋다. 내 아파트나 집 주소를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모르는 사람을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 어쩔 수 없다면 집에 사람들이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대낮에 물건을 가져갈 수 있도록 조치한다.

 

다행히도 수십 명과 거래를 했지만, 정말 이상하거나, 생떼를 부리거나, 위협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약상 같은 흑인 형제가 차 안 가득 대마초 냄새를 풍기면서 찾아온 적은 한번 있지만 대부분 친절하고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다. 100번 괜찮다가 한번 발생하는 게 사건이니 말이다. 

 

셋째, 기왕이면 사기를 당할 수 없는 현금거래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현찰로 돈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돈을 받기 전에 믿거라 하고 배송을 해주거나 물건을 내어주지 않는다. 미국에는 젤러나 페이팔 같은 믿을만한 금전거래 플랫폼이 있다. 사실 제일 속 편한 건 cash다. 나는 이것저것 복잡해지는 게 싫어 전부 캐시로 받았다. 아쉬운 건 그들이기에 웬만하면 조건에 맞춰주는 경우가 많았다.

 

다들 매너가 좋아서인지 물건을 맘대로 먼저 차에 싫거나 가져가지 않았고 제일 먼저 돈부터 건넸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돈을 먼저 받고 물건을 건네주는 게 좋지만,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약간 불안할 것 같기도 하다 ^^ 또 인터넷에 찾아보니, 일단 배송을 하고 영수증을 청구하면 돈을 주겠다는 식으로 유도해 물건만 받고 사라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한다. 반드시 돈을 받고 배송을 해주거나 물건을 보내기를 추천한다. 

 

어떻게 보면 전부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으레 이런 중고 거래는 상식을 간과하다가 사건 사고가 난다. 

 

아직 구매자로서는 얼마나 사기꾼들이 많은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판매자로서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는 정말 편리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급하게 이사를 하거나, 중고 물건을 팔고자 하는 분들은 이용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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