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게 이기는?
원래 다 실수하면서 배운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이다. 20대 연애를 잠깐 회고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일모레 마흔이 보기엔 한심하다.
뭘 그렇게 설명하고, 무엇이 그렇게 억울했고, 뭘 그렇게 자존심을 세워야 했는지. 풋풋한 그녀들도, 때로는 미숙한 방법으로 포용에서 오는 안정감을 느끼려다 우기고 삐지고 화를 냈을 뿐인데.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공격으로, 제 능력에 대한 의심이나 존재를 향한 무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틀어졌던 것이다.
책으로 백날 읽고 알아봐야, 남자 입장에서는 손가락 욕을 하면서 말로는 사랑한다고 하는 것만큼 여자의 언어는 혼란스럽다. To be fair, 그들도 이상한 포인트에서 고집부리고 방어하는 우리가 이해가 안 갈 것이다. 분명 책대로는 이건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니야 내 무능력을 비판하는게 아니야라고 되뇌어도, 무시무시한 손가락 욕의 존재감을 무시하기엔 20대는 아직 좀 벅차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결국 당신 잘못 아니야! 에 나의 치밀한 논리력과 탐정급 수사력을 발휘해봐야 수련회를 할것이 아니라면 캠프파이어만 커질 뿐이다.
꼭 남녀 문제만도 아니다. 한해한해 갈수록,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이 점점 크게 와닿는다. 정말 쌘 사람이 지는 거다. 사랑이 쌘 사람이. 자식 이기는 부모가 있었나. 부모가 찌질하고 꾸질해서 자식 고집을 못 꺾는 게 아니다.
더 사랑하니까 그 존재가 원하는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기 때문에 지는 것이다. 어떤 관계건 백날 박 터지게 네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따지면 답이 안 나온다. 말이 안 되는 행동을 해도, 갈라 설것이 아니라면, 자존심 버리고 미안하다 하는 게 큰 그림에선 이기는 거다.
“우리”가 이겨야 진짜 이기는게 아니겠는가. “우리”가 갈라서면 이 싸움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잘한 전투에서 좀 지는게 창피한게 아니다. 같이 손잡고 전쟁에서 승리해서 나올수 있다면 내가 까짓것 좀 져도 안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