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 오스카에서 크리스 락 뺨을 때렸다
오스카 시상식 역사에 전무후무한 일이 될 듯하다. 전 세계로 송출되는 생방송 중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당황스럽다. 크리스 락이 맨트 중에 윌 스미스의 아내를 희화화했고, 분노를 참지 못한 윌 스미스는 돌발적으로 스테이지로 올라 뺨을 때렸다.
크리스 락은 수상 발표자로 나와 윌 스미스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에게 G.I Jane 2편을 기대한다는 식의 농담을 던졌다. (여성 배우 데미 무어가 삭발을 하고 출연한 영화로 유명) 당시 제이다는 자가면역질환 부작용으로 인한 탈모로 삭발을 한 상태였다.
윌 스미스의 분노는 이해된다. 아픈 아내를 누군가 희화화하는 것을 참아줄 남편은 많지 않다. 제이다가 병으로 인해 삭발을 했다는 사실을 크리스 락이 몰랐을지는 불분명하다. 크리스 락은 워낙 선을 넘나드는 코미디언으로 유명하긴 하고 이 전에도 제이다와 일종의 언쟁을 벌인 경력이 있지만, 그 정도 선은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어쩌면 몰랐기 때문에 일부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여 그를 폭행죄로 고소하지 않는다 했는지도 모른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미국에서 윌 스미스의 행동은 명백한 구속감이다. 북미는 이유 불문하고 일단 때린 사람이 잡혀간다.)
크리스 락도 나름 코메디언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일 수 있고, 윌 스미스도 남편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다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만 잘못했다고 하기엔 양쪽 모두 명확한 잘못이 있으면서 또 양쪽 다 인간적으로 일부 이해가 간다. 꼭 세상일 같다. 매사 각자의 잘잘못이 흑과 백으로 나뉘지 않는다. 다 각자 허물이 있고, 문제가 있고. 또 각자 잘한 점이 있다.
크리스 락은 조금 더 배경지식을 가지고 농담을 했어야 했고, 선을 넘나드는 방식에 지혜가 필요했다. 꼭 누군가에게 창피를 주어야 웃긴 것은 아니다. 욕설 없이, 누군가를 희화화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모두가 즐거울 수 있다. 윌 스미스는 폭력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 더 어른스럽게 추후에 스테이지에 올라가 사과를 요구하거나 "말로" 무례함에 대응했어야 한다. 오히려 감정을 절제하지 못함으로, 아내의 수치스러움에서 폭력으로 초점을 옮기게 만들었다. 꼭 무력을 써야만 누군가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아무리 모멸감을 느껴도 폭력은 정당한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크리스 락은 자신에게 무차별적으로 그것도 공개적으로 휘둘린 폭력에 모멸감을 느낄 법 했다. 감정적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지만 함께 욕설을 하거나, 멱살을 잡거나, 주먹다짐을 하거나 하지 않았고 제 본분을 다했다. 또 추후에 고소도 하지 않겠다고 한 점 모두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윌 스미스도 그 방법론의 문제를 떠나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그 제스처 자체는 어른스럽다.
모두에게 본을 보이려면 각자가 사과해야 한다. 윌 스미스는 크리스 락에게 공개적으로 폭력을 쓴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자신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점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 크리스 락은 알건 알지 못했건 누군가를 희화화 함으로 상처를 주게 된 점에 대해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다 큰 어른들 속에도 여전히 각자의 문제와 유치함들이 숨어 있다. 재미있는 가십거리로 씹으면서 소비할 것이 아니라 두사람과 모두에게 좋은 반면교사가 되는 사건이면 좋겠다.